황령산을 다시 찾았다.
오늘은 임도로만 걷는것이 아니라, 봉수대정상을 경유하는 등산로를 걸어볼 작정이다.
출발은 역시 남구도서관으로 하였다.
아침 일찍 대연 4거리에 있는 쇠고기국밥집에서 간단한 요기를 한후 출발하는데,
쌀쌀한 날씨의 영향으로 식당중앙에는 난로가 피어져 있다.
난 당연히 난로 바로옆에 앉아서 식사를 하였죠^^
쌀쌀한 날씨의 영향으로 식당 중앙에 피어 있는 난로.
남구 도서관부터 바람고개쉼터까진 몇일전과 같은 코스인데,
오늘은 봉수대및 황령산정상으로 갈 예정이라서,
쉼터에 있는 안내판에서부터 산길을 걷기 시작하였습니다.
조금 오르기 시작하였는데,
난 발길을 멈추고 말았습니다.
편백숲의 나무사이로 비취어 오는 햇살이 너무 환상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상당히 부드럽고 따스한 햇살이 편백나무 숲을 감싸기 시작합니다.
부드럽습니다.
난 그 빛속에 내가 같이 있음을 느낍니다.
따스함이 전해옵니다.
또한 부드럽습니다.
저는 마치 환상의 세계로 빠져 든것 같은 느낌입니다.
편백나무숲길의 환상적인 빛
편백나무숲길의 환상적인 빛
잠시후 환상의 빛은 그치고 일상의 평온한 빛을 비추기 시작합니다.
그때 그순간만 볼수있는 귀한 빛이었습니다.
발걸음을 한 발자욱 한발자욱씩 옮기는데 발 맡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와우!
서릿발입니다.
떵을 밀어내고 서리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참으로 신비스럽습니다.
여러모양으로 올라온 서릿발들을 쳐다보노라면,
현대의 첨단건축사들이 이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얼어 붙은 땅을 헤집고 일어나는 서릿발
황령산봉수대로 올라가는 길에 돌담이 있고,
조금더 가니 봉수대가 보입니다.
올해 봉수대시설작업을 새로 하여서인지 깔끔하게 정리된게 보기 좋습니다.
잘 정리된 황령산 봉수대
저는 이 길을 걸으면서 올해 봄 벛꽃이 한창 피었을때의 생각이 떠오릅니다.
한 연로하신 할머니 한분이 이 곳에 앉으셔서 홀로 벛꽃을 만끽하고 계셨습니다.
2009년 4월 벛꽃 숲길
해 맑은 소녀같은 웃음을 입가에 머금고 계셨던 모습이 참 보기에 좋았습니다.
저에게 이런 질문을 하셨었죠.
이 벛꽃이 이곳 말고 저산 끝에서도 볼수 있냐고 물어 보셨습니다.
난 그때 대답을 못하였습니다.
내가 황령산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던 등산초보자 시절이었기 때문입니다.
할머니 제가요,잘은 모르겠는데 아마 이곳이 제일 무성한 숲같습니다라고 대답을 하였었죠.
할머니는 가지고 오신 간식을 꺼내어 드시기 시작하십니다.
2009년 12월 벛꽃 숲길의 모습
이게 제가 그 할머니와 나누었던 대화의 전부인데,
오늘 이 길을 걸으면서 문득 그 할머니가 떠오른건 왜 일까요?
지금저의 발 밑에선 낙엽밝는 소리가 들립니다.
바스락,바스락.....
플레이를 누르시면 제가 낙엽 밝는 소리가 들립니다^^
떨어진 낙엽과 그때 그 할머니의 생각!
갑자기 그 할머니의 안부가 궁금하여집니다.
이제는 얼굴도 기억에서 사라졌지만,해 맑은 소녀의 웃음을 간직한것을 떠올리면 다시 만날때에도 알수 있을것 같습니다!
겨울에 접어 들은지 얼마 안 되었지만 ,
내년 봄 벛꽃이 활짝 피었을때 이 자리에서,
그때 그 할머니가 다시 이 장소에서 벛꽃의 아름다음을 감상하실수 있게 되기를 빕니다.
할머니 보고 싶어요~~~~~
산을 거의 다내려올때쯤 보이는 교통안전용 반사거울 앞에서
지나온 길을 바라보았다.
내가 지나온길!
난 무엇을 남기고 그 길을 지나오고 있는지!